본문 바로가기
on the Road/Reading&Thinking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신기한 진화심리학 10가지

by zoost 2024. 3. 4.

출처: Animation Domination High-Def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최재천 교수님의 제자인 전중환교수님이 쓴 <오래된 연장 통>은 우리의 일상에서 왜 그런 선택과 행동을 했는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한다.

 

머리말에 “인간의 마음은 톱이나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이 담긴 오래된 연장통이다”는 구절이 있다. 이 연장통은 오래되어 오늘날에는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은 수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많은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알아두면 쓸데없지만은 않은 신비한 진화심리학 10가지를 추려보았다.

 

728x90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는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는 증거 10가지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

 

출처: Paramount+ 1

1. 끊기 어려운 '당'

단것을 좋아하는 성향 열량이 높은 음식을 달게 느끼게끔 우리의 마음을 설계함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원을 섭취하게 된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단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각종 성인병과 비민을 일으키는 원흉이다.

 

2.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남성은 야동을 볼 때, 남성의 두뇌는 그 모습이 실상이 아니라 이차원적인 점과 선이 조합된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즉,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3. 남성은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 여성은 최소한 소박, 운 좋으면 중박

남성의 번식 성공도는 성관계 상대의 수에 비례하므로 남성은 여성보다 하룻밤 섹스를 더 갈망한다. 남성은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 즉, 남성은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맺을수록 번식 성공도가 직접적으로 높아진다.

 

남성은 여러 가지 위험한 일에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심리를 진화시켰다. 가만히 있으면 망하는 건 마찬가지다. 위험할지언정 엄청난 지위나 자원을 확보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 일단 저질러 보자는 것이다. 실례로 남성은 여성보다 무단횡단을 더 자주 감행한다. 함께 파란불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여성이 끼어 있으면 남성이 무단횡단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에 반해 여성이 무단횡단을 할 가능성은 지켜보는 남성이 있건 말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성은 최소한 소박, 운 좋으면 중박. 여성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이미 낳은 자식들을 잘 길러 내느냐에 번식 성공도가 달려 있다.

출처: BenJammins

4. 쇼핑

남성은 크고 작은 동물들을 낚시하거나 사냥 사냥을 마친 뒤에는 고기를 짊어지고 가능한 한 빨리 지름길을 통해 집으로 복귀했다. 그로인해 주변 풍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회전시키면서 길을 찾는 능력 발달하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지도를 더 잘 읽고, 낯선 곳에서 길을 더 잘 찾는다.

 

여성은 견과, 뿌리, 과일 등 식물 채집 채집에 관련된 공간 탐지 능력에 일가견이 있다. 공간 탐지 능력이라면 뭐든지 남성이 뛰어나다는 속설은 아주 잘못됐다. 채집을 잘 하기 위해 여성은 갖가지 사물을 판별하고, 그 위치를 기억하는 능력이 발달하였다.

 

5. 웃으면 복이 온다. 오래 살아서 자손을 많이 남기는 복

https://youtube.com/shorts/Q6QVsH_wHno?si=jgyLjdH-afQ_VPWV

 

창의적이고 머리 회전이 뛰어난 남성만이 알짜배기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우수한 유전적 특질을 은연중에 광고하는 것이다. 여성은 웃기는 남성을 선택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좋은 유전적 이득을 물려준다. 남성이 여성에게 구사하는 유머는 수공작이 암컷 앞에서 펼치는 화려한 꼬리다.

 

6. 아이러니한 관계인 '고기'

고기는 음식 중 우리의 안전에 가장 위협적이다. 동물이 죽으면 면연계의 활동도 함께 멈추기 때문에 생고기를 조금만 실온에 둬도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가 파고들어 단 몇 시간 만에 고기가 상한다. 그럼에도 고기는 단백질과 지방의 고농축 에너지원으로서 농업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물론 농업이 발명된 후에도.

 

- 입덧을 하는 이유

태아의 50%는 남편으로 왔기 때문에 산모의 면연계는 그냥 내버려두면 태아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을 가한다. 따라서 산모는 체내의 면역 활동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충하는 방편으로 입덧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음식들에 대한 역겨움과 구토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하였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식욕과 구토는 생존을 위한 요인) 2000년에 생물학자 사무엘 플랙스맨과 폴 셔먼이 전 세계 5,432명의 임신부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임신부들이 구역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대상은 고기임이 입증되었다.

 

반응형

출처: Disney Pixar

7.  Energy, Power, Chemistry, SPICY

매운맛을 내는 물질은 식물이 지닌 피토케미컬이다. 대표적으로 캡사이신이 피토케미컬이다. 피토케미컬이 만드는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뇌에서 자연 진통제인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므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출처: Jersey Shore Family Vacation

8. 향수는 체취를 가리는 용도가 아니라 더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왜 사람들이 향수를 써서 자신의 체취를 숨기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의 전제가 잘못되었다. 사람들은 체취를 숨기고자 향수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체취를 더 강화시키고 도드라지게 하고자 향수를 쓴다.

 

향수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숨기는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준다. 실제로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향수 제품들에는 인간의 체취와 유사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황진이가 썼다는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이 발정기에 암컷을 유혹하고자 생식기에 딸린 사향주머니에서 내는 냄새다.

 

체취는 피지샘과 아포크린샘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와 음부에 많이 분포한다. 여기에는 사향내가 나는 스테로이드들이 들어 있는 땀이 분비된다. 즉 인간의 피지샘과 아포크린샘은 이성을 유인하는 섹스 페로몬을 낸다. 놀라운 점은 사실 아포크린샘이 갓 생산(뿜뿜)한 분비물(땀)은 원래 냄새가 없다. 이 분비물을 토대로 자라난 세균이 사향내를 풍기는 여러 가지 스테로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향수가 자신의 체취를 더욱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은 향수 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단서가 된다. 향수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들마다 제각기 천차만별이며 유행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수 선호에 대한 개인차를 설명하는 열쇠는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주 조직 적합성 복합체)라는 유전자들의 모임에 있다. 수많은 MHC 유전자들 가운데 내가 어떤 MHC를 가졌는가에 따라 내가 풍기는 체취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내가 선호하는 배우자도 달라진다. 자신과 다른 MHC 유전자를 지닌 상대를 배우자감으로 선호하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은 근친 간의 짝짓기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향수에 대한 취향이 천차만별인 까닭은 각기 다른 MHC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독특한 체취를 널리 광고하기 위해 제각기 다른 향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처럼 모든 사람을 매혹하는 향수란 결국 존재할 수 없다.

 

9. 저출산과 진화심리학

우리나라 출산율 0.778 사상 초유의 수치로 우리나라 뉴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놀라는 수치다. 사회적 요인이 있기 이전에 진화 과정에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명태가 낳은 그 수많은 알들 가운데 살아남는 알은 극소수이고 절대다수는 허망하게 명란젓이 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즉, 자식 수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별 탈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자식 수가 진화적으로 더 중요하다. 부실한 자식들만 쓸데없이 많이 낳아서 결국 손주는 한 명도 못 보는 부모보다, 똘똘한 외동 하나 잘 키워서 결국 손주를 여럿 보는 부모가 진화적으로 선택되었다.

 

현대 경제 사회에서는 자녀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므로 한 자녀에게 부모가 투자하는 자원량이 급등하게 되었다. 결국 자식 수를 희생하면서 우수한 자식을 한두 명 길러 내는 전략이 현대의 환경에서는 적응적이라고 많은 진화생태학자들이 이야기한다.

 

10. 정치 제도가 필요한 이유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생전 처음 본 상대와의 일회성 상호 작용에서도 선뜻 협력할 뿐만 아니라,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무임승차자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타적’으로 처벌하는 성향을 진화시켰다. 무임승차자를 이타적으로 처벌하는 사람들이 무임승차자를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들보다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했을 것이다.

 

정치학자 존 올포드와 존 히빙은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왜 정치 체제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은 대개 그냥 내버려두면 대다수 일반 시민은 매우 협동적이고 자기 본분을 묵묵히 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무임승차자가 그 가운데서 소수나마 생겨나 곧 부당한 이득을 누릴 가능성을 결코 참을 수 없으므로, 대중은 정치 제도를 만들어 사기꾼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주문하게 된다.

 

존 올포드와 존 히빙은은 대중은 정치권력이 실제로 작동되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 별 관심이 없고, 다만 지배층이 그 권력을 사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는 데에 주로 관심이 있다고 결론 내린다.

 


<오래된 연장통> 리뷰

 클루지를 읽으면서 ‘도대체 클루지가 뭔데?’싶지만 <오래된 연장통>,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와 같은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 주는 책을 읽으면 ‘이게 클루지구나’라고 느낌적으로 알 수 있다.

 

엄청 쉽고 술술 읽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찰떡 비유 덕분에 재밌다. 작가님은 챕터별로 각기 다른 이야기이므로 내키는 대로 펼쳐 읽길 바란다고 하셨지만 책은 자고로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쓸데없는 강박을 가진 나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작가님 말씀대로 내키는 대로 펼쳐 읽어도 아무 문제 없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