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자
고객검증 인터뷰 두 번째 피드백에서 나는 무너졌다.
고객세분화가 잘 못 됐다뇨 그럼 처음부터 얘기해 줬어야죠!! 이제 와서 그러면 지금껏 제가 한 노력은 뭐가 됩니까?!
라고 하기엔 미약한 노력이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난 진짜 최선을 다 했을까? 큰 소리 칠만큼? 억울하다 할 만큼?
아니다.
쭈뼜대며 인터뷰 요청을 망설였고, 남편에게 미루고, 큰소리친 남편이 제대로 못한다고 탓하기도 했다.
그래놓고 25분가량의 쉴 틈 없는 피드백을 받고 포기하자 마음먹었다.
남편도 내가 재밌어하는 챗GPT 활용해서 디지털노마드 해봐라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포기도 습관이다
생각 많은 주말을 보냈다. 수업을 갔다. 대표님들과 하소연을 늘어놓는 중 한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대표님, 포기도 습관이다. 포기하지 말고 하고자 했던 건 힘들어도 끝까지 해봐요. 더 힘든 일도 많은데 벌써 포기하려고 하면 어떡해”
대표님의 첫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꽂혔다.
지금까지 내가 무언가를 하면서 제대로 끝까지 해본 게 있나?
세계여행
엄마 한국으로 간 후 마음 싱숭생숭하다고 급 마무리
스타벅스
조교한다고 바리스타로 끝
조교
결혼한다고 관둠
유튜브
조회수 안 나와서 재미 없다고 안 올림
나 하나 있다. 바디프로필
그것도 완전 준비 된 상태가 아니었지…
이미 난 포기가 습관인 사람이었다.
그러니 창업도 쉽게 포기하려 생각할 수 있었다.
대표님의 말씀을 감사 일기에 적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일단 다시 해보자.
포기하지 말자
고객세분화부터 뜯어고쳤다. 가치 제안, 가설, 질문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고 적어 내려갔다.
원동력을 얻기 위해 실천한 세 가지
1. 자극받기
대구 스타트업 리더스포럼을 보러 갔다. 나보다 한 걸음(아니 한 500걸음) 더 나아간 창업가들이 나와 투자를 빋기 위해 발표를 했다. 같은 창업가지만 나에겐 이미 성공한 사람들로 보였다. 나도 저 단계까지라도 가보자 의지가 생겼다.
2. 휴식과 여행
항상 생활하던 환경에서 50분 이상 벗어나는 곳으로 여행가기. 거창한 계획 세우지 말고, 항상 본 풍경 말고.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게 리프레시 하자. 이 시간을 즐기려면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있다.
3. 내가 왜 시작했는지 되새기기
이 날은 반나절 내내 베이킹만 했다. 섞고, 굽고, 설거지하기를 4번 반복하니 하루가 다 갔다.
그래 난 이게 재밌어서 하는 거야. 재밌는 걸로 돈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러려면 창업 과정이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야 해.
네 번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생각이 뇌리에 새겨졌다.
결론: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하려는 창업이고 내 아이템이다. 내가 해야 한다.
이번에도 포기하면 나는 또 여기에 머물게 된다. 끝까지 해보자. 이 과정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자.
남는 건 한 단계 성장한 나일 테니까.
'Taste > Appetiz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저트 창업하면 안되는 이유 (16) | 2024.10.15 |
---|---|
창업하기로 마음 먹은지 3개월만에 취업한 이유 (22) | 2024.09.16 |
로컬크리에이터의 길은 험하다 (16) | 2024.09.01 |
내딛은 한 발: 쌀 베이킹 원데이클래스와 자격증반 (7) | 2024.08.25 |
보이지 않는 길에 한발 내딛는 중 (2) | 2024.08.20 |